과거에 비해 멜로 영화가 개봉하게 되는 비중이 줄어들어 멜로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듭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감정이지만 영화로 풀어내기에는 보여줄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멜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제목처럼 평범한 연애를 보여주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연애의 로망과는 거리가 멀어진 나이를 가지고 있는 두 인물이 보여주는 연애에 대한 로망과 현실 그리고 사회생활 속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기고 지는 문제
이 영화는 상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멜로 영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낭만적인 장면이나 로맨틱하다고 느껴지는 장면들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가장 보통의 연애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 연애 이야기만 존재하는 영화가 아닌 것이 인물들이 사랑에 실패하게 된 이유와 그로 인해 부수적으로 생기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인물들이 왜 현재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는지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주요 스토리가 되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인물들의 관계가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재훈'과 '선영'은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지만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상황에 따라서 두 사람의 말투가 변화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선영'과 '재훈'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특히 '선영'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사이다 같은 모습이 절대 예의가 없는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선영'이라는 인물은 조금은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킬 것은 모두 지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영화의 초반 '선영'의 전 남자친구인 '동화'와의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매몰차게 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인물입니다. 그 뒤로 '선영'은 전 남자친구와 회사 동료들에게 상처를 받게 되는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과거 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그녀가 살아오면서 많은 상처를 받아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가 보여준 모습은 자신감에서 오는 당당한 모습보다는 살기 위한 외침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에는 그런 부당함들에 당당히 맞서게 되면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선영'은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음에도 참아왔습니다. 오해를 벗기 위해서 해명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참으라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상적인 모습은 이러한 상황에 당당히 맞서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즉 내가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이기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애에서라도 이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조금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작전을 쓰고 눈치를 보다가 자신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감정이 들었을 때의 이상적인 모습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사랑을 얻기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주는 모습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갑과 을이 팽팽한 세상에서 연애에서도 갑과 을을 만들려고 하는 현실의 연애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눈으로 보는 심리
'재훈'은 여자친구와의 이별에서 아직 깨끗하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녀를 잊기 위해서 매일 술과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술에 취하면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그는 그저 술이 좋아서 매일 술을 먹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에게도 어떠한 사연이 있었던 것이고 그 사연은 누가 보아도 '재훈'의 상황이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가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절대로 빈손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재훈'이 가지고 있는 공허함의 증거일 것입니다. '재훈'의 집은 상당히 다양한 것들이 있습니다. 정리되어 있지 않고 어지럽게 늘어놓은 물건들은 현재 재혼의 상태를 대변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재훈에게 집이 가지고 있는 의미처럼 자신의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이런 식으로 채우는 것과 동시에 공허함을 채우려고 하니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그의 상황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선형의 집 안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속 '선영'의 집은 자주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선영'의 집에 대한 기억은 상당히 선명할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남자와 여자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좋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별을 맞이한 이후에 어지럽게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 '재훈'의 집과 정리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꾹꾹 장롱에 눌러 담은 이불과 같이 문을 조금만 열게 되면 이불이 쏟아져 내려 이내 다시 어지럽히는 상황과 같은 '선영'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며 다른 것에 빠지면 잊을 것이라 생각하는 남자와 괜찮은 척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는 여자의 심리를 이 영화는 두 인물의 집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영아 사랑해
과거 한 통신사의 광고에 등장했던 문구입니다. 이 영화에서 이 대사가 등장했을 때 저는 이 영화가 상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강조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가 벌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즉 상당히 현실적인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여러 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현실의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들이 주된 소재로 등장합니다.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서 당사자만 모르는 채팅방이 만들어지고 그런 식으로 존재하는 채팅방이 나도 모르게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게 다수의 사람들과 비밀을 이야기하다 보면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이 영화는 상당히 영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맞이하게 되는 결말까지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멜로 영화를 본 것이지만 현실을 비판하는 듯한 사회 비판극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입니다.
세상에 가벼운 사랑은 없다
영화의 초반을 볼 때는 가벼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뒤끝 있는 전 남자친구와의 이별 중인 '선영'의 모습에서 쉽게 환승하는 요즘 연애 스타일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가벼운 이야기를 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적어도 '재훈'이 이별에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사랑이 절대 가볍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깊게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랑이 떨어져 나간 곳은 깊은 상처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복에도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재훈'은 그 상처를 회복하는 중일 것입니다. '선영' 또한 그렇습니다. 상처에서 회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선영'과 '재훈'이 자주 하는 대화 중에서 헤어지자고 말을 해야 헤어지는 것이냐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자신과 만나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만난다면 헤어졌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요. 일부 일처제인 한국에서 두 명의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었다는 것은 이전의 관계를 포기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선영'은 이런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재훈'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는 하나의 약속을 통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약속의 시작과 끝이 정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인물들의 과거 경험에 따라서 가치관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부분이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다른 가치관과 성격 경험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져주면서 함께 하는 것이 연애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혀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면서 나름 서로를 배려하고 있고 두 사람이 추구하는 방향도 비슷하고 서로를 통해서 서로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만족스럽다면 상대방을 계속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두 배우는 멜로가 연기하기 편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랑의 형태는 다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표현하더라도 허용이 될 것이다. 그만큼 사랑의 모습은 다양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가볍게 느껴졌던 사랑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관으로 대충 파악하여 그 사람의 이야기를 가볍게 여겨 "네가 참아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라는 식으로 어줍지 않은 위로를 건넬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절대 가볍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에게는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깊은 사랑이자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타인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적어도 나의 이야기가 진중하고 무거운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타인의 이야기도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멜로 영화로 시작한 이 영화는 상당히 현실적인 모습을 통해서 현대 사회를 대변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사랑에 실패하고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내면서도 상당히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의외로 코미디 장면이 많이 등장해서 지루하지 않게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공효진과 김래원이라는 배우의 케미 덕분에 보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연기한 인물이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공감을 했던 영화입니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연애의 달콤함을 제외한 모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애조차 마음 편하게 하지 못하게 되는 인물들의 모습은 절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멜로 영화는 마치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는 sf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낭만이나 로맨틱에서 벗어나 현실의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시는 많은 분들이 충분히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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