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대 케이퍼 무비 끝판왕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입니다.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기 위해 뭉친 어벤저스급 도둑들의 이야기. '도둑들'의 비하인드 지금 시작합니다.
마카오의 화려함, 최동훈을 감동시키다
'도둑들'의 시작은 최동훈 감독이 마카오를 여행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카오의 화려한 카지노에 반한 그는 뜬금없이 만약 '김윤석'이 도둑들을 모아 이곳을 터는 이야기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배우 '김윤석'은 '범죄의 재구성'부터 '타자', '전우치'에 이르기까지 최동훈 감독의 페르소나 그 자체이죠. 역시나 김윤석은 시나리오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만큼 이 영화의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고 하네요. 최동훈 감독이 제일 먼저 찾아간 배우는 '김혜수' 전작 '타짜'에서 '정마담'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그녀의 합류는 무난하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김혜수'는 '펩시' 캐릭터가 '타자'의 '정마담'과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 단번에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동훈 감독은 '김혜수'의 캐릭터를 대폭 수정했고 여러 번 설득 끝에 결국 '김혜수'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합니다. 덕분에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매력 터지는 전설의 여성 금고 털이범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뽀빠이' '이정재'는 단번에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정재'는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의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동훈 감독은 '이정재'에게 이번에는 "꼭 복수를 하겠다. 힘든 역할을 맡겨야지"라는 생각으로 '이정재'에게 부탁을 했고 단번에 출연을 승낙했다고 합니다. '이정재'는 감독의 예상보다 더 인상적이고 코믹하게 역할을 완성해 감독의 복수를 성공시켜 주었네요. '도둑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애 캐릭터 '전지현'의 '예니콜'입니다. 사실 '예니콜' 캐릭터는 최초 시나리오에는 없던 캐릭터였습니다. 그러다 최동원 감독이 우연히 '전지현'을 만났을 때 말도 잘하고 너무 재미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꼭 이 영화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실제 성격을 모티브로 한 대체불가 캐릭터 '예니콜'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김수현'의 '잠파노'는 다른 도둑들에 비해 비중은 적었지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파 캐릭터라는 점에서 '김수현'과 잘 어울린다고 여겨져 캐스팅되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김수현'이 촬영 내내 대선배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연기하는 글을 보면서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될 것이라 직감했다고 하네요. 참고로 그가 연기한 '잠파노'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1954년 영화 길에서 앤서니 퀸이 연기한 잠파노에서 따왔답니다.
어려웠던 캐스팅
'도둑들'에는 미친 캐스팅이 하나 있죠. 바로 무게감이 아주 큰 홍콩 누아르 배우 '임달화'입니다. 처음에 홍콩 배우들을 캐스팅하겠다는 감독의 말에 다들 하지 말라는 반응이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든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진심이 담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편지에 '도둑들' 시나리오와 함께 "당신은 세월을 이겨낸 매력적인 배우다. 같이 일하고 싶다."는 펜레터와 같은 편지를 보냈고 이 말에 감동한 '임달화'는 곧바로 합류 의사를 전달하게 됩니다. '전지현'이 연기하는 '예니콜'은 투지폰의 대명사 삼성의 애니콜에서 점 하나를 찍어 예니콜이 나왔습니다. '전지현'의 극 중 캐릭터의 본명이 예복이고 누군가 그녀를 부르면 "예" 하고 달려간다고 해서 '예니콜'로 지었다고 합니다. '김혜수'의 '펩시'는 코카콜라의 최대 라이벌 브랜드 펩시에서 따왔습니다. 펩시 콜라의 톡 쏘는 매력이라는 의미가 담긴 '김혜수'의 '펩시'는 '예니콜'과 함께 재치 있는 장명 센스를 보여줍니다. 극 중 미술관장의 미술관에 있는 향로를 훔치기 위해 '씹던 껌'과 '예니콜'이 모녀로 위장해 관장의 방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전지현'이 입고 있는 옷이 너무 매력적이라 화제가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최소 수천만 원짜리 샤넬 브랜드라 생각했던 이 옷은 사실 제작비 절감을 위해 제작진이 샤넬의 스타일을 참고해 만든 소품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패션의 완성은 다른 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도둑들'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에 성공하자 제작진은 '그냥 샤넬에서 살 걸 그랬나' 라며 아쉬워했다고 합니다.
못 볼 줄 알았던 장면
경찰 반장 역의 '주진모'가 '뽀빠이'의 가게를 찾아와가 향로 탈취 사건에 대해 취조를 하는데요. 이때 '주진모'가 책상 위에 있는 진품 향로에 잿털이인 줄 알고 가르침을 뵀습니다. 실제로 진짜 가르침을 뱉어서 주변에 있던 스태프들 모두 기겁을 했다고 합니다. 이때 최동훈 감독은 무슨 생각인지 촬영 감독에게 가르침을 클로즈업해달라고 말합니다. 촬영 감독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극구 만류했다고 합니다. 촬영 감독님 정말 감사합니다. 최동훈 감독이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배우 '임달화'가 있었습니다. 최동훈 감독은 그와 함께 작업하는 게 너무 좋아서 촬영장에 있을 때마다 '임달화'를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임달화'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도 했는데요. 경찰의 출동이 얼마나 빠른지 시험해 보러 들어간 금은방의 첫 장면에서 '임달화'는 음 뭔가를 먹으며 등장했으면 좋겠는데 젖은 땅콩이 좋겠어라고 말했고 최동훈 감독은 적극 수용하며 인상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극 중 '오달수'의 헤어 스타일은 올드보이의 오대수를 오마주한 것이라고 해요. 홍콩 배우들 사이에서 전혀 이질감이 없이 연기한 '오달수'는 극 중 이름은 '앤드류'인데 영국 앤드류 왕자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이름은 자유니 까요. '조니' 역을 연기한 증국상은 배우인 동시에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입니다. '도둑들' 현지 촬영에 많은 지원과 조언을 해준 숨겨진 조력자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무려 무간도의 악역으로 유명한 '증지위'인데요. 증국상은 최근 안녕 나의 솔메이트 소년 시절의 너 연출해 지금은 가장 잘 나가는 감독 중 한 명이 됐네요. '줄리' 역의 이신제는 도둑들 합류 전, 디아이의 주연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연기자였습니다. 이국적인 외모와 공포 영화의 뛰어난 연기력을 지녀 여러 유수의 공포 영화 주연으로 출연했습니다. 촬영 당시 너무 착해서 '김혜수'가 특별히 좋아했던 연기자였다고 합니다. 한국 도둑들과 홍콩 도둑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장면 이때 한국 도둑들인 '김혜수', '전지현', '김해숙'이 상대방에게 기죽지 않는 인상을 남기기 위해 다소 세 보이는 화장을 선보였는데요. 막상 하고 나니 너무 과장된 것 부담스러웠고 홍콩의 더운 날씨 때문에 화장이 땀으로 지워지는 대참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선크림을 덧 바르기도 힘든 수준이라 꽤 애먹었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그녀들은 역시나 완벽했습니다. 이러한 비하인드가 영화 속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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