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고편이 정말 재미없었고 일본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라 재미없을 줄 알았던 영화입니다. 예고편을 봐도 기대가 되지 않고 일본 소설 특유의 추상적 묘사와 방대하고 복잡한 스토리 라인을 영상화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원작 소설에서는 형사였던 주인공을 세관 공무원으로 바꿔놓고 스릴러를 버리고 한국식 밀착형 유머를 접목시켰다"라는 감독의 인터뷰가 있었기 때문에 재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장점이 나열될 만큼 좋은 영화
장점이 주로 많은 영화이며 적절하게 모든 것이 잘 연출되고 진행되었습니다. 스토리 라인이 매우 깔끔합니다. 게다가 감독이 초반 3분의 오프닝에 모든 복선을 다 깔아놓았고, 그 복선 장치를 모두 영화 내내 적절하게 활용을 해서 복선 연결을 찾아내어도 다른 재미가 될 것입니다. 원작 소설에서 정우성의 캐릭터는 원래 형사입니다. 사라진 애인을 찾고 주변을 수색하면서 돈 가방의 실마리와 사건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구현화하는 인물인데 감독은 각본화를 시키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의 직업을 세관 공무원으로 탈바꿈합니다. 그리고 감독도 인터뷰에서 밝히길 스릴러 대신 한국식 밀착 유머 블랙 코미디를 넣었다고 하였는데 이 블랙 코미디가 다른 식으로 맛을 살립니다. 바로 관객에게 추리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오히려 분위기를 가볍게 이끌고 가면서 관객들에게 추리가 아닌 게임을 줍니다. 그래서 돈 가방이 행방이나 사건의 진실보다는 배우들의 '지니어스'를 보게 합니다. 그래서 돈가방 같은 '가넷'은 나중이고 관객은 배우들의 '플레이'를 보게 됩니다. 즉 관객이 게임의 참가자가 아니라 게임 중계를 보는 시청자가 됩니다. 그런데 게임 자체가 야하고 잔인해서 굳이 참가를 하고 싶진 않지만 구경을 하면 꿀잼이 됩니다. 마치 코미디언들이 가학을 하며 코미디를 연출하면 객석의 관객들은 웃으며 즐기지만 굳이 그 가학 플레이에 참가를 하고 싶지 않듯 말입니다. 만약 정통 스릴러였다면 관객은 게임에 참가해서 이야 하고 잔인하고 더러운 게임 속에 같이 발을 담가야 했을 텐데 블랙 코미디 스릴러라서 관객으로서 편안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예측하지 못할 스토리 구성
스토리를 끝까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예상하는 결말이 있을 것이고 그 결말이 영화 속에 등장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의 반전과 생각도 못한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지속적으로 튀어나와서 영화는 정말 훌륭한 '지니어스 게임'이 됩니다. 원래 이런 장르의 영화가 흔하게 가질 수 있는 단점이 캐릭터의 비개연적 변화입니다. 스토리의 반전 혹은 미 예측 결말을 위해서 캐릭터가 개연 없는 행동을 하거나 갑자기 뜬금없는 의지를 다지거나 의기투합하는 그런 비개연적 변화가 일어나기 쉬운데 이 영화는 그런 변화를 철저히 막습니다. 확고한 캐릭터를 통해서 막습니다. 아마 이 영화가 지닌 장르적 특별함인 것 같습니다. 캐릭터가 처음부터 끝까지 확고합니다. 변화가 없는 캐릭터로 일으켜 내는 플롯과 스토리의 변화, 참 어려운 작업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해냈습니다. 장기 말처럼 모든 캐릭터의 성격 기능 활동이 확고합니다. 차가 갑자기 대각선을 가거나 상이 갑자기 뛰어넘거나 이런 비개연성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각 캐릭터의 개성, 배경, 언행도 장기 말처럼 개성적입니다.
개연성 있는 캐릭터들
영화는 캐릭터의 확고적 개연성을 통해 비개연성을 철저히 배제시킵니다. 여러 명의 캐릭터들이 확고하게 등장하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바로 헷갈릴 수가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이 장기를 처음 배울 때 각 장기만의 기능을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천재적인 기억력으로 모든 말을 바로 막 외우지 않는 이상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당연한 시행착오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시행착오적 헷갈림을 어떻게 방지하느냐 익숙한 배우로 설계합니다. 정우성, 전도연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영화는 이 두 사람을 중점적으로 보여줍니다. 배성우, 정만식, 윤제문, 윤여정은 사람들이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이 네 사람을 주변적으로 보여줍니다. 신현빈, 진경, 정가람은 잘 모를 겁니다. 그래서 영화는 이 세 사람을 간결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자체가 배우의 인지도를 활용해서 플롯의 시행착오를 관객들에게 최소화시킵니다. 매우 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정말 잘 봤고 여러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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