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16년에 개봉한 영화 터널의 코멘터리를 준비했습니다. 영화 터널은 2013년에 소재원 작가가 쓴 터널이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무너진 터널에 갇히게 된 남자가 그의 구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인 소재원 작가의 소설에서는 주인공 '이정수'의 상황은 잠깐 나오다가 후반부에는 비중이 사라지게 되지만 영화 터널에서는 관객의 몰입감을 위해 주인공 '이정수'의 생존기에 포커스를 맞춰 각색되었으며 인물의 관계도 또한 추가하여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물론 소설과 영화는 다른 결말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 보시거나 이 코멘터리를 보시고 영화를 다시 한번 보시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시간순으로 찍게 된 영화
우선 이 영화는 감독의 배려로 배우가 몰입할 수 있게 영화의 극 중 시간 순서대로 찍게 되었습니다. 먼저 영화의 인트로입니다. 김성훈 감독의 전작 끝까지 간다처럼 어두운 스크린 바깥에서 흙을 헤칠 때마다 틈틈이 빛이 비치게 되며 출연진 제작진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이틀이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이렇게 흐르는 물은 주인공 '이정수'가 버리는 물로써 싱크대 밑에서 하수구를 바라보는 장면입니다. 영화의 초반부 주유소 신에서는 감독이 곧 터널에 갇히게 되어 주인공에게 박탈된 세 가지가 모두 담겨 있는 뜻깊은 신이라 밝혔습니다. 주유소 뒤편의 배경에 추수를 앞둔 벼들은 주인공의 식량을 상징하고 그가 씻으며 낭비하듯 흘려보낸 물은 식수를 주인공을 비추는 파란 하늘의 햇빛은 그가 꼭 보고 싶었던 빛이 되죠.
연출의 디테일
주인공 '이정수'가 갇히는 터널은 강원도 영월에서 촬영했습니다. 원래 감독은 이곳에서 모든 촬영을 하려고 했으나 교통을 막고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운전하는 장면과 불이 꺼지는 장면 그리고 터널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만 영월의 터널에서 촬영하고 cg로 효과를 주었습니다. 나머지 촬영은 옥천의 폐터널과 안성 세트장으로 옮겨 촬영하였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이정수'가 무너진 터널에 갇히고 나서 정신을 차리기까지 약 이십칠 초의 암전이 계속됩니다. 감독은 이 사이에 관객들이 영사사고로 생각하여 극장을 나갈까 봐 걱정했다고 합니다. 감독은 터널에 갇힌 차와 주인공의 상황들을 블루스크린 앞에 배우를 두고 촬영할 것인가 아니면 미술과 세트의 도움으로 불편하더라도 실제 상황처럼 배우에게 실제감을 줄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후자가 연기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여 최대한 실제 모습으로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하정우 배우 또한 갇혀버린 차 안에서의 답답함이라든지 차 안에 가득한 먼지들 그리고 쓸려 나온 토사의 흙냄새 등에서 실제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촬영 중간중간에도 최대한 그 차 안에서 대기하며 극 중 주인공의 정서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촬영 리허설을 위해 촬영 전에 똑같은 차를 하나 더 구비했고 두 대의 차량으로 새 차에서는 배우와 카메라의 동선을 리허설하고 다시 세팅된 차 안에서는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관객이 좁고 어두운 터널을 두 시간 동안 보게 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고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어떤 기술보다 관객이 배경과 어둠을 보지 않고 배우를 볼 수 있게 한다면 성공할 거라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하정우 배우가 잘 부응해 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캐릭터와 연기
주인공 '이정수'의 아내 '세현'이 등장하는 첫 신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세현'이 남편의 '사고 소식을 듣고 놀란다'로 끝나지만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세현'이 충격에 당황하며 카트를 놓게 되고 거기에 타고 있던 아이가 굴러 떨어지게 되면서 남편의 재앙이 한 가족의 재앙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촬영까지 했으나 그 장면이 너무 압도적인 느낌이라 관객들이 그 장면으로 하여금 터널에 갇힌 주인공의 이야기를 까먹게 할 우려가 있어서 개봉할 땐 삭제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시즈 처리된 장면들입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가로등 대신 CG 처리하였습니다. 강아지 소변 줄기는 CG 처리하였습니다. 터널을 수색하는 드론 장면은 3분의 1은 실제 나머지는 CG 처리입니다. 이것 또한 CG 처리하였습니다. 안전상의 이유로 차 내부의 먼지는 미숫가루와 콩가루 그리고 메밀가루 등을 섞어 촬영했습니다. 이 장면에서부터 주인공은 비관 대신 자신이 구출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믿음으로 이 상황을 즐기게 되는 신입니다. 하정우 배우도 이 장면에서부터 그 안에서 하나하나 발견하고 생존해 가는 재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감독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수'가 발견하는 것들이 모두 먹지 말라는 것이어서 그 상황이 슬프고 웃긴 구도가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축구공 설정은 캐스터 어웨이의 윌슨을 연상시킨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브랜드도 같은 것이었고 초고에서는 강아지가 축구공을 물어뜯는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그걸 본 '이정수'가 "네가 윌슨을 죽여"라는 대사도 있었지만 초고 이후에는 삭제되었습니다. 이 시점부터 영화의 터닝 포인트가 작용됩니다. '미나'에게 의지하던 '정수'는 이 부분에서부터 엄청난 공포와 좌절감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에서 강아지와 아이가 나오는 씬은 컨트롤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촬영하기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기적처럼 얻어걸리는 장면도 있습니다. '정수'와 강아지가 차 안에서 연기하는 부분에서 원래 대본에는 강아지가 대드는 설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마스터 샷에서 갑자기 강아지가 대들게 되며 배우와 스텝 모두 놀라게 되었지만 ng 없이 끝까지 잘 마무리하여 실감 나는 장면을 얻게 되었습니다. 강아지가 배변을 하거나 축구공에 오줌을 싸는 부분도 얻어걸린 케이스였으며 이를 위해 강아지의 배변 시간에 맞춰 카메라를 돌리고 무한정 기다렸습니다. 터널이 무너지는 장면에서 폭파 소리라든가 소음에 민감한 강아지들의 트라우마가 생길 부분을 염두에 강아지는 비슷한 모습의 두 마리를 준비하여 최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번갈아 촬영했습니다. 이 장면에서부터 주인공이 속한 공간이 점점 확장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주인공은 운전석에서 뒷좌석으로 그리고 '미나'가 있었던 차로 이동하게 되고 마지막으로는 차 오른편에 빈 공간까지 확장되면서 이에 맞춰 카메라의 샷 사이즈도 조금씩 넓어지게 설계하였습니다. 감독은 자동차 딜러 하시는 분들을 관찰했을 때 언제 어디서 고객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뒷좌석에 여분의 정장을 두고 다닌다는 점에 착안한 디테일입니다. 오달수 배우가 맡은 '대경'이란 인물은 '정수'가 "드셔보셨어요?"라는 질문에 사실 119 대원이 미안해야 할 필요도 먹어볼 이유도 없지만 상대방에게 미안해할 줄 아는 인물이라고 감독은 생각했습니다. '정수'가 목에 목도리처럼 하고 있는 것들은 양말을 꿔서 체온을 조금이라도 보호하고자 한 것입니다. '정수'와 '세현'은 주말 부부이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쌓아둔 빨래를 가져간다는 것에 차가 한 디테일입니다. '정수'는 옷뿐만 아니라 차에 시트까지 뜯어 보온재 역할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극 중 '세현'이 처음 웃는 장면입니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내리는 첫눈은 축복의 눈처럼 묘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나 그 뒤에 내리는 눈은 묻히는 눈으로써 재앙의 눈으로 바뀌길 의도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눈은 가짜지만 그 뒤의 장면은 눈이 운 좋게 진짜로 내렸습니다. 주인공 '정수'가 있는 안은 어둠으로 묻혀가고 바깥의 세상은 하얗게 묻혀가는 데뷔감을 살리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터널에 갇힌 '정수'가 적응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갖게 되고 그 공간에서 머리조심 이런 식으로 자동차 팸플릿을 찢어서 막아놓지 않았을까 하는 감독의 디테일입니다. 감독은 영화가 개봉한 후 차량 배터리가 어떻게 이렇게 오래가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감독은 이에 시동을 걸고 나서는 차량의 기름으로 버틴 것이며 이 순간부터는 기름이 다 떨어지게 되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터널에 들어오기 전에 기름을 3만 원어치가 아닌 가득 넣어버린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감독은 덧붙여 3만 원어치만 넣었다면 아마 터널이 지나가고 무너졌을지 모르겠지만 물을 받지 못해 '정수'는 죽었을지 모른다 어떻게 보면 할아버지 때문에 갇히게 되고, 할아버지 때문에 살아난 셈인데 인생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그런 것 같다. 어떤 일이든지 좋은 일일 수도 없고 마냥 나쁜 일일 수도 없다. "둘 다 겹쳐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슬픈 장면에 댄스뮤직
이 노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있었습니다. 감독은 무슨 이유인지 댄스 뮤직인데도 들을 때 슬펐다고 합니다. 그래서 약간 느리게 편곡하여 삽입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극 중에서 가장 아프고 약자인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죄가 없는데도 충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슬픈 장면이라고 감독은 밝혔습니다. 비슷한 장면으로 해선의 이별 방송은 약자가 벼랑 끝에 몰려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망 선고와 같다고 밝혔습니다. 감독은 터널 구출 직전에 '이정수'가 무엇을 봤는지에 대해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각자 가지고 있는 희망에 비추어 보는 사람에 대해 다르게 해석되길 원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해피 엔딩으로 터널을 벗어난 고가 위의 다리 위를 보여준 신의 의도는 터널의 재난에서 벗어난 정서와 세현의 삶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안한 다리로 하여금 앞으로 둘이 살아갈 세상이 그리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감독의 의도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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